05. 하이퍼미터
글쓴이: Mark Gotham
악센트가 기보된 박자보다 더 큰 층위에서 강약의 규칙을 만들면 하이퍼미터가 생김. 서양 조성음악에서는 대개 2·4·8마디씩 묶이지만, 3·5·7마디 묶음도 가능함. 작곡가는 박자 층위보다 넓은 이 묶음을 훨씬 자유롭게 바꿀 수 있음.
박자 층위의 기본 개념은 「기타 리듬 필수 요소」에서 먼저 확인할 수 있음.
3마디 하이퍼미터: ritmo di tre battute
Section titled “3마디 하이퍼미터: ritmo di tre battute”베토벤은 교향곡 9번 4악장에 “ritmo di tre battute”, 곧 ‘3마디 리듬’이라고 직접 적었음. 이 지시는 앞뒤 음악을 2마디나 4마디 단위로 듣고 있던 연주자에게 3마디 묶음으로 전환하라고 알려 줌.
예 1. 베토벤 교향곡 9번 4악장 첫머리의 4마디 하이퍼미터.
152마디부터는 각 마디 위에 하이퍼미터의 순서를 적고, 편집자가 3마디마다 겹세로줄을 덧붙이면 묶음이 선명해짐.
예 2. 152마디부터 나타나는 3마디 하이퍼미터와 “ritmo di tre battute” 지시.
몇 마디씩 되풀이되는지를 주기, 어느 마디를 첫째 마디로 잡는지를 위상이라고 부름. 예 2의 묶음은 3마디 주기를 분명히 드러내지만, 첫 마디의 딸림화음이 다음 마디의 으뜸화음으로 풀리므로 둘째 마디를 시작점으로 듣는 위상도 가능함.
같은 음악을 9/4박자로 다시 적으면 3박 묶음과 3마디 묶음이 하나의 박자표 안에 들어감.
예 3. 예 2의 3마디 하이퍼미터를 9/4박자로 다시 적은 모습.
연주에서의 하이퍼미터
Section titled “연주에서의 하이퍼미터”세로줄은 합주를 맞추는 기준이면서 첫 박을 가장 강하게 느끼게 하는 기호임. 같은 음도 세로줄을 어디에 놓느냐에 따라 악센트와 프레이징이 달라짐.
4마디 묶음은 마음속으로 12/4박자처럼, 3마디 묶음은 9/4박자처럼 느끼면 프레이즈의 큰 흐름이 살아남.
지휘자는 3/4박자로 적힌 음악을 하이퍼미터에 맞춰 세 박자마다 한 번씩 지휘하지 않는 편이 좋음. 연주자가 그 동작을 실제 3/4박자의 박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임. 큰 묶음은 호흡, 음량, 방향감으로 드러내야 함.
빠른 층위에 더해지는 3의 묶음
Section titled “빠른 층위에 더해지는 3의 묶음”9/4와 9/8박자는 이미 이웃한 두 층위가 모두 3으로 묶임. 27분음표를 분모로 삼는 박자표나 “9마디 리듬”이라는 지시는 거의 쓰이지 않지만, 후기 베토벤에서는 셋씩 묶는 층위가 하나 더 생기기도 함.
현악 4중주 14번 Op. 131의 4악장에서는 186마디부터 9/4박자가 이어지고, 223~225마디에 8분음표 셋잇단음표가 더해짐. 피아노 소나타 32번 Op. 111의 2악장 ‘아리에타’도 9/16박자로 시작한 뒤 6/16과 12/16을 오가며, 16분음표 셋잇단음표가 다시 한 층을 만듦. 9/16 구간만 떼어 보면 27/32박자처럼 들을 수 있음.
예 4.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Op. 111에서 세 번 겹치는 3의 묶음.
하이퍼미터의 범위와 지각
Section titled “하이퍼미터의 범위와 지각”하이퍼미터를 악장 전체의 거대한 여린박과 센박까지 넓혀 분석하기도 함. 그러나 사람은 지나치게 빠르거나 느린 주기를 박자로 묶어 듣기 어려움. 대략 0.1초보다 짧은 주기와 몇 초를 훌쩍 넘는 주기는 내용과 맥락에 따라 하나의 박자 주기로 잡히지 않음.
따라서 빠른 3/4박자처럼 마디가 짧을 때 하이퍼미터가 특히 잘 들림. 모든 형식 층위를 끝없이 박자로 설명하기보다는 실제로 반복되는 강약과 묶음이 들리는 범위에서 적용해야 함.
한 작품 전체에 적용한 3의 묶음
Section titled “한 작품 전체에 적용한 3의 묶음”Mark Gotham의 「Sierpiński’s Triangle」은 음표에서 가장 큰 형식까지 모든 구조 층위를 3으로 묶음. 제목에 쓰인 시에르핀스키 삼각형도 작은 삼각형이 더 큰 삼각형을 되풀이해 만드는 프랙털이므로, 작품의 구성 원리와 맞닿아 있음. 이 곡은 「Tessellations」의 1악장임.
예 5. 박자와 형식의 모든 층위에 3의 묶음을 적용한 작곡 계획.
IMSLP에서 악보 내려받기: https://imslp.org/wiki/Tessellations_(Gotham%2C_Mark)
더 읽어 보기
Section titled “더 읽어 보기”- Richard Cohn, “The Dramatization of Hypermetric Conflicts in the Scherzo of Beethoven’s Ninth Symphony” (1992): DOI
- Grosvenor Cooper·Leonard Meyer, The Rhythmic Structure of Music (1963).
- Mark Gotham, Tessellations (2014).
- Charles Rosen, The Romantic Generation (1992).
- 사라반드처럼 둘째 박을 첫째 박보다 강조하는 양식적 예외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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