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텍스처 (음악의 짜임)
텍스처는 음악에서 꽤 중요한데도 의외로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음. 음악의 텍스쳐는 여러 가지로 나눌 수 있지만, 학문적으로는 보통 단성부, 헤테로포니, 호모포니, 폴리포니, 이렇게 네 가지로 분류함.
단성부 (Monophony)
Section titled “단성부 (Monophony)”단성부는 말 그대로 하나의 선율만 들리는 텍스처임. 반주가 따로 없고, 여러 악기나 목소리가 함께하더라도 같은 선율을 한 음정으로(유니즌으로) 따라감. 그래서 네 가지 텍스처 중에서도 가장 단순하고, 선율이 가장 또렷하게 들림.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G장조) 1악장이 대표적인 단성부로 독주 첼로가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선율을 끌고 가는 것이 이 곡의 특징임.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G장조, 1악장 전주곡》(BWV 1007) — 요요 마 연주
피트 시거의 〈Where Have All the Flowers Gone?〉(1955)도 시거의 목소리가 유일한 음악적 선율이므로, 단성부 곡임.
피트 시거, 〈Where Have All the Flowers Gone?〉
헤테로포니 (Heterophony)
Section titled “헤테로포니 (Heterophony)”헤테로포니는 한 선율을 여러 성부가 동시에 연주하는데, 각자 꾸밈이나 처리 방식이 조금씩 다른 경우를 말함. 어떤 파트는 짧게 꾸미고, 어떤 파트는 같은 선율을 늘이거나 꺾어서 더 길게 풀기도 함. 그래도 중심 선율은 크게 안 바뀌고 계속 공유되는 게 포인트임.
쾨스켈 박타기르의 〈Ana Hasreti〉(2001)를 들어보면, 현악기가 선율을 깔고 가는 사이, 관악기가 그 위에 꾸밈을 얹으면서 따라붙음. 악기마다 꾸밈이 달라서 살짝씩 어긋나는데, 밑바탕 선율은 결국 하나로 같이 가고 있음.
쾨스켈 박타기르, 〈Ana Hasreti〉(2001)
아일랜드 전통 릴인 〈The Wind That Shakes the Barley〉를 0:50부터 들어보면, 피들(바이올린)과 플루트가 같은 선율로 연주하지만, 꾸밈이나 음의 처리에서 조금씩 어긋나는 부분이 들림. 이런 미묘한 차이가 바로 헤테로포니 느낌임.
치프틴스, 〈The Wind That Shakes The Barley / The Reel With The Beryle〉— 0:50부터 청취
호모포니 (Homophony)
Section titled “호모포니 (Homophony)”우리가 가장 흔하게 듣는 텍스처가 호모포니임. 주선율이 앞에 나오고, 다른 성부들은 같은 리듬으로 함께 움직이면서 화음을 채워 받쳐 줌. 호모포니는 전 성부가 같은 리듬으로 가는 호모리듬과 선율+반주 형태, 두가지로 나뉨.
3-1. 호모리듬 (Homorhythm) 호모리듬은 모든 성부가 매우 유사하거나 완전히 동일한 리듬으로 함께 진행하는 호모포니텍스처임. 선율과 화성이 같은 리듬으로 맞물리며, 화음이 블록처럼 한꺼번에 움직이는 진행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남. 이러한 특징 때문에 합창풍 코랄이나 찬송가처럼 성부들이 동일한 박으로 정렬되는 음악에서 자주 볼 수 있음.
니콜라이 체레프닌의 《여섯 개의 호른 사중주: 제6번, 코랄》(1910)은 전형적인 호모리듬으로, 각 성부가 블록 화음으로 함께 움직이며 통일된 리듬감을 형성함.
니콜라이 체레프닌, 《여섯 개의 호른 사중주: 제6번, 코랄》 — 도이체스 혼 앙상블 연주
더 롱기스트 존스가 2018년에 녹음한 민요 〈Wild Mountain Thyme〉(
아래 링크의 0:20–0:44에선 모든 성부가 거의 같은 리듬으로 함께 진행하는 호모리듬 텍스처가 쓰임. 선율이 비교적 앞에 나오지만, 다른 성부들도 같은 리듬 흐름을 유지하며 함께 움직임.
더 롱기스트 존스, 〈Wild Mountain Thyme〉
3-2. 선율과 반주 (Melody and Accompaniment) 선율과 반주 텍스처는 호모포니에서 가장 흔한 유형임. 이 텍스처는 선율과 반주 성부가 뚜렷하게 구분되는 점이 특징이고, 선율과 반주 성부의 리듬도 다른 경우가 많음.
파울 힌데미트의 《플루트 소나타》 2악장(1936)에서 선율(플루트)과 반주(피아노)가 뚜렷하게 구분되어 들림. 피아노는 플룻과 리듬이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화성을 채우며 반주 역할을 함.
파울 힌데미트, 《플루트 소나타》 — 에마뉘엘 파후드, 에릭 르 사쥬 연주
아래 림크에서 피아노가 보컬의 주선율을 어떻게 반주하는지 주의깊게 들어 보길 바람.
에롤 가너 작곡, 엘라 피츠제럴드 노래, 〈Misty〉(1954)
폴리포니 (Polyphony)
Section titled “폴리포니 (Polyphony)”폴리포니는 여러 성부가 독립적인 선율과 리듬을 갖고 동시에 울리는 텍스처다. 성부마다 다른 선율선으로 진행하지만, 전체가 어우러질 때 전체적인 화성을 만들어냄. 푸가가 대표적인 폴리포니 음악임. 쇼스타코비치의 《푸가 5번 D장조》(1951–1952)를 들어보면, 성부들이 모두 따로 전개되는데도 함께 들었을 때 하나의 화성이 만들어짐.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푸가 제5번 D장조》 — 요아힘 크베친스키 연주
뮤지컬에서도 폴리포니는 흔하게 나옴. 뮤지컬 렌트의 피날레 코러스에서 2:20–2:45 구간을 들어보면, 보컬이 세 성부로 나뉘어 각기 다른 선율과 리듬으로 노래하면서도, 함께 어우러져 새로운 화성을 만들어냄.
대부분의 음악은 하나의 텍스처만 고수하지 않고, 다양한 텍스처 변화를 보여줌. 독주 악기나 보컬로 시작했다가 선율과 반주 형태로 전환하는 등 여러 방법으로 텍스처를 사용할 수 있고 무수한 가능성을 가진 요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