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곡을 시작하는 방식
Fundamentals of piano practice
Section titled “Fundamentals of piano practice”© 2009 Chuan C. Chang. Copy permitted if author’s name, Chuan C. Chang, and this copyright statement are included.
피아노 연습의 원리 한글판 (dcinside digital piano
곡을 처음 배울 때는 내가 왜 이 곡을 지금 치는지가 먼저 정리돼야 함.
기술을 키우기 위해 연습곡만 따로 떼어놓고 몇 년씩 반복하던 방식은 옛날에는 의미가 있었지만, 지금 기준에서는 굳이 고집할 이유가 없음.
음악적으로 충분히 만족스럽고 동시에 필요한 기술 요소도 함께 담고 있는 곡으로 레퍼토리를 만들어가면서, 그 안에서 기술을 함께 익히는 편이 훨씬 효율적임.
연습을 위해 음악을 희생하는 것보다, 음악을 중심에 두고 연습이 따라오게 만드는 편이 자연스러움.
무대 경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임. 연습 초반에 연주를 시도하는 게 이르다고 말할 근거는 없고, 음악을 만들거나 무대에 올리기에 너무 이른 시점이라는 것도 없음. 연주는 실력이 완성된 뒤에 허락되는 보상이 아니라, 실력을 만들어가는 과정의 일부임.
또, “아이에게 쇼팽은 이르다”는 말은 음악의 문제가 아니라 어른의 판단에서 나온 말임. 쇼팽의 음악이 특정 연령을 전제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어린이 음악이라는 개념 역시 음악 가르치는 쪽에서 만들어낸 기준일 뿐임. 아이도 충분히 좋은 음악을 듣고, 느끼고, 연주할 수 있으며, 그 가능성을 미리 제한할 이유는 없음.
물론 완전 초보 단계에서는 기본 교재의 도움을 받는 게 필요함. Humphries나 Beyer, Thompson, Faber & Faber 같은 교재를 통해 악보를 읽는 방식이나 기본적인 이론, 연주 방법은 익혀야 함.
하지만 어떤 교재든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따라갈 필요는 없음. 교재는 하나의 기준일 뿐이고, 나에게 필요한 부분만 골라서 활용하면 충분함.
이 책에서 제시하는 연습 방식을 사용하면, 처음부터 어느 정도 연주 가능한 곡으로 연습을 시작해도 무리가 없음. 오히려 실제 음악이 있어야 어떤 연습이 필요한지도 분명해지고, 연습의 방향도 흐트러지지 않음.
하농, 체르니, 크라머-불로, 도흐나니, 코르토 같은 전통적인 연습곡은 과거에는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지금도 반드시 거쳐야 할 유일한 길은 아님.
그 연습곡들로 성장한 연주자들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Magdalena’s Easy Bach 처럼 쉬우면서도 실제로 연주 가능한 곡도 많고, 음악성과 연습 효율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다른 선택지가 있음.
결국 가장 중요한 기준은, 그 곡을 내가 계속 치고 싶으냐임.
이 책에서는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를 연습예제로 사용함.
엘리제를 위하여는 이 책의 연습법을 적용하면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구조를 파악할 수 있고, 책에서 설명하는 대부분의 핵심 요소를 한 곡 안에서 다룰 수 있음.
곡을 실제로 연습하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여러 연주를 충분히 들어보는 것임. 이 과정이 음악성과 테크닉을 동시에 기르는 데 가장 빠른 방법이고,연주를 비교하면서 자연스럽게 음악적 아이디어와 다양한 해석을 접하게 됨. 가능하다면 선생이 직접 시범 연주를 해주는 게 가장 좋고, 선생이 제자 곡을 실제로 연주할 수 있느냐는 교육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임.
그다음 단계는 곡의 구조를 파악하는 일임. 전체를 익히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지 미리 가늠해보고, 어떤 구간에 어떤 연습이 필요한지도 함께 생각해야 함. 이런 분석과 계획이 연습의 핵심이고, 실력 있는 연주자일수록 이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함. 연습 소요 시간을 전혀 예측하지 못한다면, 그건 아직 그 곡을 어떻게 연습해야 하는지 방법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뜻임.
예측은 정확하지 않을수도 있지만, 예측을 시도하는 과정 자체가 연습의 방향을 만들어 줌. 계획 없이 시작하면 곡을 끝까지 가져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음.
곡이 언제 완성됐다고 말할 수 있느냐 하면, 연주를 했을 때임. 연주가 곧 완성임.
곡의 분석은 마디 번호를 매기는 것부터 시작함. ‘엘리제를 위하여’는 반복 기호 처리 방식에 따라 두 가지 악보 버전이 있는데, 여기서는 124마디짜리 롱 버전을 기준으로 함. 숏 버전은 105마디이며, 괄호로 표시함.
첫 4마디는 총 15번 반복되기 때문에, 이 부분만 확실히 익혀도 곡의 절반은 칠 수 있게됨. 여기에 다른 6마디가 각각 4번씩 반복되면서, 결과적으로 10마디만 익히면 전체의 약 70%를 칠 수 있음
이 70%는 구조가 단순해서 집중만 하면 30분 정도면 암기 가능함. 나머지 약 50마디는 반복 없이 진행되며, 이 중 두 구간이 상대적으로 아려움.
하지만 이 어려운 구간도 각각 하루 정도면 암기가 가능하므로, 전체를 3일 안에 외우는 게 가능함. 이후 이틀 정도 더 연습하면, 완성도는 부족할 수 있어도 일주일 안에 곡 전체를 끊김 없이 연주할 수 있음.
공연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개인의 현재 실력과 이 연습법을 얼마나 정확히 이해했는지에 따라 달라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