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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피아노의 구조

쇼팽에게 피아노 연주는 단순히 음을 크고 작게 배열하는 일이 아니었음. 그는 가수가 가사의 의미와 순간의 감정에 따라 목소리를 미묘하게 바꾸듯, 피아니스트도 각 음에 분명한 의미와 감정을 담아야 한다고 보았음. 손가락의 움직임이 해머를 거쳐 현으로 전달되는 그 과정 속에 연주자의 심리 상태까지 실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임.

쇼팽이 즐겨 사용했던 플레옐 피아노는 오늘날의 악기와 구조가 많이 달랐음. 건반은 더 짧고 가벼웠고, 해머 역시 무게가 덜했으며, 이스케이프먼트도 단순했음. 그만큼 터치에 대한 반응이 빠르고 예민했음. 손끝의 작은 차이도 곧바로 소리로 이어졌음. 쇼팽은 플레옐에서 자신의 감정과 의도가 곧장 해머에 전달된다고 느꼈다고 전해짐. 손끝의 미묘한 움직임이 소리로 바로 바뀌었기 때문에, 그가 원하는 음색의 변화도 훨씬 또렷하게 표현할 수 있었음.

당시 피아노는 싱글 이스케이프먼트를 사용했지만, 현대 피아노는 더블 이스케이프먼트가 기본 구조가 되었음. 더블 이스케이프먼트는 연타를 더 쉽게 만들지만, 그만큼 내부 구조가 복잡해졌음. 부품이 늘어나고 움직임 단계가 많아지면서 손가락의 힘이 여러 과정을 거쳐 전달됨. 그 사이에서 마찰과 관성도 함께 작용함. 이 구조 차이 때문에 손끝과 해머 사이의 느낌은 예전보다 간접적이 되었음. 결과적으로 쇼팽 음악에서 중요한 미세한 터치의 차이를 그대로 살리기는 더 어려워졌음.

리스트는 에라르 피아노처럼 힘 있고 웅장한 소리를 좋아했음. 반면 쇼팽은 에라르의 소리를 지나치게 완성된 소리라고 느꼈고, 그 점을 조심했음. 악기가 스스로 큰 소리를 내어 주면, 연주자가 손끝으로 소리를 빚어내는 능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음. 에라르식의 강한 액션이 점차 표준이 되면서 현대 피아노는 더 큰 소리를 내는 방향으로 발전했음. 그 과정에서 섬세한 음량 차이를 다루기보다는 힘으로 밀어붙이는 연주가 더 쉬워진 면도 있음.

한 시대의 음악은 그 시대의 소리와 환경 안에서 만들어짐. 그래서 우리가 쇼팽이 살던 시대의 감각을 그대로 되살리기는 쉽지 않음. 그렇더라도 힘으로 밀어붙이는 연주 대신, 손끝과 해머 사이의 감각을 살리려는 태도가 중요해질 수 있음. 그런 방향에서 접근한다면, 새로운 세대의 연주자들은 쇼팽 음악이 지닌 고유한 아름다움을 더 또렷하게 보여 줄 수 있음. 쇼팽의 음악은 기교를 과시할 때보다, 소리 그 자체가 살아 있을 때 가장 빛남.



이 글은 dcinside digital piano gallery 의 글을 복사한 것입니다. 관련 질문이나 문의는 우리 갤러리를 방문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