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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슨4. 손과 건반 part 2

피아노를 칠 때에 팔을 툭 떨어뜨려서 손가락이 건반 위에 자연스럽게 올라가면, 뇌가 각 손가락을 자유롭게 컨트롤할 수 있게 됨.

손끝이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가 되어야만 뇌가 원하는 가장 의미 있는 소리를 낼 수 있음. 쇼팽도 이 점을 잘 이해하고 있었는데, 기술적인 자유와 음악적인 자유는 모두 손이 편안하고 준비된 상태에서 나온다고 보았기 때문임.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뇌는 손의 기본 자세를 기준점으로 삼으며, 이 자세에서 손가락의 움직임이 더 민감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한다고 함. 피아노를 연주할 때에도 마찬가지인데, 이 효율적인 자세가 결국 손의 기본적인 휴식 자세나 쇼팽이 말했던 손 배치와 거의 일치함.

물론 손을 세로로 두었을 때와 수평으로 두었을 때는 중력이 작용하는 방식이 다름. 손을 수평으로 놓은 채 손목을 펴는 근육만으로 지탱을 해보면 손끝이 자연스럽게 아치 모양을 형성하게 됨. 이 상태에서 손가락은 움직일 준비가 완벽하게 갖추어짐. 중력이 손가락을 내리는 것을 도와주는 동시에, 손가락을 원래의 위치로 돌려놓으려는 탄력적이고 기분 좋은 힘이 함께 작용함. 이 힘 덕분에 연주할 때의 손가락 움직임이 한결 더 부드러워짐.

이 자세가 이토록 효율적이고 편안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익히는 데에 시간이 걸리고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가 있음. 또한 요즘의 피아노 교육에서 잘 언급되지 않는 이유도 존재함.

첫 번째 이유는 뇌가 단순히 특정 자세를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기준 자세를 쉽게 배워버리기 때문임. 만약 올바른 손의 기본 자세를 제대로 익히지 않는다면, 어떠한 체계적이고 반복적인 자세라도 뇌의 가소성 영역을 차지해버릴 수 있음.

두 번째 이유는 전통적인 피아노 교육에서 손의 가로 아치 모양만 강조했기 때문임. 정작 손목 아래 수근관(carpal tunnel) 구조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세로 아치는 거의 신경 쓰지 않았음. 참고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손목 터널 증후군이 바로 이 수근관에 문제가 생기는 것임. 주로 키보드나 마우스를 많이 쓰는 직장인, 미용사, 그리고 40~50대 주부들에게 자주 나타나는데, 손목 근육을 무리하게 사용하는 게 원인임.

이 원리가 낯설게 느껴지는 건, 우리가 어릴 때부터 손가락 끝을 평평하게 펴서 쓰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임. 그래서 이 기준 자세를 제대로 잡으려면, 우리 몸이 움직이는 아주 기초적인 원리부터 하나씩 짚어볼 필요가 있음.

이전 영상에서 설명했듯이 가장 먼저 할 일은 상완요골근(brachioradialis)을 써서 팔을 들어 올리는 것임. 그다음 회내근(pronator muscles)을 이용해 팔을 살짝 돌려주고, 손을 건반 위에 수평으로 가볍게 올리면 됨.

처음에는 피아노 앞에서 이런 자세를 잡는 게 꽤 어색하고 몸이 뻣뻣해지는 기분이 들 수도 있음. 하지만 시간을 두고 아주 집중해서 연습하다 보면, 우리 뇌도 이 효율적인 자세를 자연스러운 기본 상태로 받아들이게 됨.

이 기준 자세를 잡으면 2, 3, 4번 손가락 끝이 검은 건반의 높은 위치와 딱 맞게 떨어짐. 대신 위치가 낮은 흰 건반과는 당연히 어느 정도 틈이 생길 수밖에 없음.

이론적으로는 모든 손가락이 건반 표면에 정확히 닿는 게 이상적임. 하지만 실제 연주를 하다 보면 손가락이 원래 기준 위치에서 조금씩 벗어나 움직이는 건 아주 당연한 일임.

이 점을 이해하는 게 정말 중요함. 손의 기준 자세와 탄력적인 움직임의 관계는 우리 눈꺼풀이 움직이는 원리와 비슷함. 눈꺼풀도 평소엔 반쯤 열린 상태로 편하게 있다가, 눈을 깜빡이거나 감을 때만 에너지를 쓰는 것과 같음.

피아노 건반은 높낮이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 손가락이 익혀야 할 층이 여러 개임. 그래서 손의 기준 모양도 그 높낮이에 맞춰서 잘 유지해 줘야 함.

예를 들어, 검은 건반을 누르던 긴 손가락들이 더 낮은 흰 건반을 치려면 그만큼 더 이동해야 함. 이건 물리적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인데, 쇼팽은 이런 까다로운 테크닉을 잘 익힐 수 있도록 아주 효율적인 연습법들을 이미 만들어 두었음.

뇌가 올바른 기준 자세를 건강하게 되찾는 한 가지 팁은, 연주할 때 1번(엄지)과 5번(새끼) 손가락 끝이 다른 손가락들보다 공간적으로 살짝 아래에 있다고 의식하는 것임.

이렇게 마음속으로 이미지를 그리며 연습하면, 평소 잘못 쓰기 쉬운 1번 손가락과 시야에서 자꾸 벗어나 소홀해지기 쉬운 5번 손가락에 자연스럽게 신경을 쓸 수 있음.



이 글은 dcinside digital piano gallery 의 글을 복사한 것입니다. 관련 질문이나 문의는 우리 갤러리를 방문해주세요.